Life Like Looking
Arthur Laidlaw, Hayley Tompkins
4–30 August, 2023
Life Like Looking

Arthur Laidlaw & Hayley Tompkins
4 – 30 August, 2023

어째서 매혹(fascination)일까? 본다는 것은 보는 거리를, 분리의 결정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거리를 두기 때문에 접촉도, 오해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거리를 둔 오브제를 바라보며 무엇인가가 와닿아 접촉되는 느낌이 있다면? 손끝에 닿는 것이 아니라 손안에 붙잡히는 감각이라면 어떠한가? 시각이 원격 접촉의 방식이라면 바라봄 속에 어루만짐의 특징 또한 전달되지 않는가?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블랑쇼는 1955년에 출판한 문학의 공간(L’Espace littéraire)에서 ‘본다는 것’과 ‘거리감’의 관계를 탐구했다. 본다는 것은 거리의 표명이다. 매혹이란 거리를 둔 보기가 아닌 근접한 보기로 인해 발생하며 이미지를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흐리는 ‘정념적 사로잡힘’이라고 설명한다.

아서 레이들로(Arthur Laidlaw)와 헤일리 톰킨스(Hayley Tompkins)는 바라봄(looking) 그 자체에 매혹되어 작품에 ‘대상을 진정으로 보고 싶다’는 욕망과 피부에 닿을 듯한 밀접함 및 촉각적 당면성을 향한 욕망이 얽혀있다. 바라봄은 두꺼운 재료의 겹층, 반복되는 디테일의 회화-추적-해부적 몸짓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배려와 집착, 친밀과 숨막힘의 느낌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 결과는 밝게 구성된 느슨한 추상과 분산된 원근법이 주는 회화적 모호함이다. 이는 두 작가가 붓을 쥔 목적은 어떠한 객관적인 시각적 현실을 구체화하기 위함이 아닌, 작가와 이미지 사이의 거리를 상쇄하기 위한 ‘바라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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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레이들로(Arthur Laidlaw)는 캔버스를 밀도 있는 겹층과 표면의 풍부한 색감, 얽힌 원근감으로 가득 구성했다. 그는 역사의 현존하는 물성, 즉 도시와 건축물에 남은 과거의 흔적에 주로 관심을 두었지만 그의 회화는 개인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틀릴 수 있다는 점에 던지는 질문이 많은 편이다.
사진 기법과 구성 뉘앙스를 차용하는 작가는 사진의 놓친 순간의 무언가를 포착하려는 회화의 시도라 묘사한다. 작가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두 장 이상의 사진을 병합한 뒤 투명도, 뒤집기, 대비 조정 후 흑백(greyscale)으로 변환하며 각 회색 음영마다 특정한 값을 지정하여 덧칠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미지의 층위 사이에 빛과 어둠, 음각과 양각을 재분배하고 재구성하여 공간감을 와해하는 작가의 방식이다. 원색인 마냥 짙은 보라색과 진창 황토색, 그림자가 있어야 할 곳을 차지하는 텅 빈 흰색 등, 색상 선택도 이러한 디지털 반전의 결과다.

작업 초반에 편집한 형태와 윤곽선을 바탕으로 종이 형판(스텐실)을 만들고 이미지의 기본 레이어를 구성하는 구아슈(gouache) 스프레이에 활용한다. 형판을 사용해 뿌린 구아슈 위에 유화물감과 파스텔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가는 기본 레이어의 구아슈를 그대로 따라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구아슈를 거스르는 붓질을 더하기도 한다. 두 폭의 대형 회화 작품인 〈Fallow(휴경지)〉와 〈Cut Glass(절면 유리)〉는 동일한 형판 배경으로 만들었지마 물감과 파스텔을 칠하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이 되었다. 공유된 배경은 공유된 경험과 기억의 파편처럼 울림이 있으며 미래에 다시 마주하게 될 순간을 암시한다.

이미지의 구조적 요소에 기울인 세심한 손길과 집중된 레이어링, 편집, 매핑, 투사(tracing) 작업은 표면이 숨긴 심층적인 진리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강박 같기도 하다. 명료함과 모호함 사이, 작가는 내러티브의 명료함이나 그림의 시각적 일관성보다 매번 풍부한 다원적 이면성을 선택한다. 굳이 다다러야 하는 결론을 막론하여 합쳐지고, 대립되고, 울려 퍼지고, 충돌할 수 있는 이미지의 주관성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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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톰킨스(Hayley Tompkins)의 그림과 회화적 오브제 역시 바라봄의 모순을 다룬다. 페인트칠이 된 나무 의자와 망치는 기능을 가진 사물의 익숙함과 ‘예술 작품’이 가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교차한다. 페인트가 도포된 의자와 망치를 바라보면 마치 바라봄이 붓질로 대체된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작가의 바라봄과, 오브제의 촉각성, 페인트가 칠해짐이 중첩된다. 바라봄이 남기는 흔적, 여운이다.

작가는 의자를 온전한 흰색으로 칠해 의자와 관련된 연상 작용을 제거한 후 새로운 색을 층층이 입힌다. 하나의 페인트 색을 혼합하여 동시에 제작하는 여러 작품에 적용하고 새로운 페인트 색을 혼합하여 반복한다. 이를 ‘교차 수분’이라 부르는 그녀는 색을 다면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간주하여 ‘색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 설명한다. 획이 긴 붓질로 칠한 의자의 곧은 가장자리 선들은 마치 물체를 추적하여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단순한 페인트칠이지만 ‘관심’의 환기가 얼마나 친밀한 것인지,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접점을 드러내 보인다. 톰킨스는 평소 의자 전체를 색으로 칠하지만, 이번에는 여백을 두어 모호한 부재, 즉 그림 안에 시선과 함께 몸을 담을 수 있는 여유를 남겼다.

작가의 종이 작업은 유사한 맥락에서 직관을 따라 변화무쌍한 기분과 변화하는 마음 상태를 기록화하여 드러낸다. 구성의 일부는 서로 맞물린 색상 블록으로 촘촘하게 채워져 인테리어, 인물 및 풍경의 견고한 형태를 암시한다. 또 다른 일부는 찰나의 관계를 빠르게 스케치한 도표처럼 느슨하고 투박하게 표시한다. 이러한 색과 선은 종착점 없이 자유롭게 유희하고, 변화하고 펼쳐지는 과정을 묘사하며 ‘바라봄’의 동태성과 아른거리는 습성에 안착한다.

Hayley Tompkins
Mallet, 2021
acrylic on found object
31.5 x 11.5 x 5.5 cm
Hayley Tompkins
Speaker Bloom, 2022
Acrylic on panel
120 x 80 cm
Arthur Laidlaw
Cannes 2, 2022
gouache, arcylic, and oil on linen
170 x 140 cm
Arthur Laidlaw
Shatter 2, 2023
gouache and gesso on hessian
35 x 28 cm
Arthur Laidlaw
Shatter 8, 2023
gouache and gesso on hessian
35 x 28 cm
Arthur Laidlaw
Shatter 4, 2023
gouache and gesso on hessian
35 x 28 cm
Arthur Laidlaw
Shatter 3, 2023
gouache and gesso on hessian
35 x 28 cm
Arthur Laidlaw
Shatter 6, 2023
gouache and gesso on hessian
35 x 28 cm
Hayley Tompkins
Fall to Speak, 2022
Acrylic on panel
120 x 80 cm
Hayley Tompkins
Untitled, 2021
acrylic on paper
25 x 18.5 cm (unframed), 28 x 3 x 34 cm (framed)
Hayley Tompkins
Untitled, 2020
acrylic on paper
25 x 18.5 cm (unframed), 28 x 3 x 34 cm (framed)
Hayley Tompkins
Untitled, 2021
acrylic on paper
25 x 18.5 cm (unframed), 28 x 3 x 34 cm (framed)
Hayley Tompkins
Untitled, 2020
acrylic on paper
25 x 18.5 cm (unframed), 28 x 3 x 34 cm (framed)
Hayley Tompkins
Untitled, 2021
acrylic on paper
25 x 18.5 cm (unframed), 28 x 3 x 34 cm (framed)
Hayley Tompkins
Chair, 2023
acrylic on wood
95 x 50 x 41 cm